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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박경일 전임기자
설악에서 시작한 단풍이 남하하는 중이다. 올해는 유독 단풍의 남하 속도가 제멋대로다. 단풍의 절정을 딱 맞춘다면 더할 나위 없지만, 여간해서 때를 맞추기가 쉽지 않다. 단풍소식에 귀를 기울이며 신중하게 겨눈다 해도 늦거나 빠를 때가 더 많을 듯하다. 게다가 올 시즌 초반의 단풍은, 예년만 영 못하다. 마음 편히 가을의 정취를 즐기겠다면 단풍보다는 만추의 숲을 권한다. 단풍을 기다리며 노심초사할 게 아니라 올해는 아예 늦가을 숲을 걸으며 낙엽을 즐겨보자는 얘기다. 아직 단풍이 주춤거리고 있으니, 시간 여유는야마토게임
많다. 낙엽을 밟는 소리를 들으며 늦가을을 만끽할 수 있는 명소를 골라봤다.
# 단풍보다 화려한 낙엽… 함양 상림
가을이 막바지로 치달을수록 정취가 짙어지는 곳이다. 상림은 신라 진성여왕 때 함양 태수였던 최치원이 조성했다는 국내 최초의 인공림. 위천의 잦은 범람으로 함양주민들의 피해가 잦자 둑을 쌓아 물길을 돌리고 나투자선물
무를 심어 조성한 숲이다. 그러나 어느 해 대홍수가 나 숲의 중간이 홍수로 쓸려나가면서 숲은 위치에 따라 상림과 하림으로 나뉘었고, 하림 자리에 마을이 들어서면서 상림만 남게 됐다.
절반이 사라졌다지만 상림 숲은 6만5000여 평에 달하고 그 숲 사이로 난 산책길이 1.6㎞나 된다. 상림에는 가을이면 다갈색으로 물드는 너도밤나무, 감태나무온라인 릴게임 손오공
, 졸참나무와 노란색을 띠는 사람주나무, 개서어나무 등 120여 종 2만여 그루가 가득 차 있다. 이 나무들이 만추에 일제히 낙엽을 떨구면 산책로는 온통 낙엽으로 뒤덮여서 늦가을의 서정적인 정취로 가득 차게 된다.
전국에 단풍 명소가 곳곳에 있지만 늦가을 떨어진 낙엽이 아름다운 곳은 이곳만 한 데가 없다. 이른 아침 숲 옆으로 흘러가는 물우진 주식
길인 위천에서 숲으로 슬금슬금 물안개라도 오르고, 아침 햇살이 나뭇가지 사이로 비쳐드는 모습은 다른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새로운 풍경이다.
강원 인제 응봉산 자작나무숲. 자작나무는 낙엽이 지고 나서 하얀 수피가 도드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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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하얀 수피의 자작나무 숲… 강원 인제 응봉산
단풍이 다 진 뒤에 가장 황홀한 풍경을 빚어내는 나무가 바로 자작나무다. 다른 나무들은 낙엽 진 뒤에 거칠고 투박한 둥치를 드러내지만, 자작나무는 노란 단풍이 남았을 때도 아름답지만, 잎을 다 떨구고 난 뒤에도 순백의 수피로 화려함을 뽐낸다.
소양호를 끼고 있는 강원 인제군 남면 수산리 마을을 품고 있는 응봉산에는 서울 여의도의 2배만 한 넓이에 90여 만 그루의 자작나무가 자라고 있다. 명실상부한 우리나라 최대의 자작나무 군락지다. 응봉산 자작나무는 1987년 동해펄프가 종이생산을 위해 조림한 것. 기존의 나무들을 다 베어내고 600㏊에 모두 자작나무를 심었다. 가파른 산자락에 어찌나 촘촘하게 심어놓았던지 순백의 자작나무 숲이 끝 간 데 없이 장대하게 펼쳐져 있다. 날카로운 펜화로 그려낸 듯한 자작나무 숲의 차가우면서도 고결한 모습은 한번 보면 쉽게 잊히지 않을 만큼 강렬하다.
키 큰 메타세쿼이아 나무로 가득한 대전 장태산 자연휴양림의 스카이웨이.
# 메타세쿼이아가 가장 빛나는 시간… 대전 장태산
잘 다듬은 고깔 모양으로 하늘을 찌르듯 치솟은 메타세쿼이아가 늘어선 장태산 자연휴양림 숲은 ‘수직의 세상’이다. 이 숲이 가장 빛나는 때는 늦가을에서 초겨울로 넘어갈 때다. 활엽수의 붉고 노란 선명한 단풍이 다 떨어지고 나면, 메타세쿼이아 잎이 붉은 기운이 감도는 진한 갈색 혹은 황금색으로 물들어서 가을의 마지막을 화려하게 물들인다.
장태산 메타세쿼이아의 키는 30m를 훌쩍 넘는다. 거대한 나무들이 도열해 있는 모습은 장관이다. 힘차게 곧게 수직으로 뻗은 나무들이 주는 위압감에 그만 압도당하는 기분이 들 정도다. 휴양림의 압권은 숲 속의 15m 허공에다 놓은 나무 덱인 ‘스카이웨이’다. 우람한 나무의 둥치가 손을 내밀면 닿을 듯하다. 숲 사이로 난 스카이웨이의 길이는 200m가 채 안 되지만, 그다지 아쉽지 않은 건 단풍 물든 숲 사이의 허공을 걷는 경험이 강렬해서다.
# 오대산의 두 절집을 오가다… 평창 선재길
강원 평창의 오대산 국립공원의 ‘선재길’은 오대산 월정사와 상원사를 잇는 숲길이다. 지금의 도로가 놓이기 전부터 두 절집의 스님과 신도들이 오가던 길이다. 월정사 일주문에서 시작한다면 상원사까지 약 10㎞에 달한다. 만만한 거리는 아니지만 길이 평탄한 데다 주변의 빼어난 경관이 저절로 몸을 앞으로 나아가게 해서 걷기 어렵지 않다. 이 구간은 단풍이 들 때도 좋지만, 그보다 낙엽이 질 때의 정취가 한 수 위다.
우리나라 3대 전나무 숲으로 꼽히는 월정사 전나무 숲길과 월정사를 지나면 선재길 본 구간이 시작된다. 약 9㎞의 본 코스는 산림철길, 조선사고길, 거제수나무길, 화전민길, 왕의길 등 지역 역사를 담은 5개 테마 구간으로 이뤄졌다. 체력이나 시간 때문에 길을 다 걷기 어렵다면 숲길에서 빠져나와 선재길과 도로를 연결하는 곳곳의 다리 앞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이동하면 된다.
박경일 기자
